단풍구경으로 성지를 택하다.
가족 구성원 중 그 누구도 천주교 신자가 아니지만 좋은 날에 좋은 곳을 다녀왔습니다. 사실 단풍놀이로 천주교 성지를 방문한 것이 이 번은 처음이 아닙니다. 이전엔 남양 성모성지를 갔었죠. 그것도 후기를 작성했어야 했는데, 현생에 쫓겨살다보니 시기를 놓쳤습니다. 이 번엔 규모도 훨씬 컸고 단풍 드는 시기에 다녀온 미리내 성지 후기입니다.
※ 미리내 성지
미리내성지는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미리내성지로 420에 위치한 천주교 성지로, 한국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묘소가 있는 곳입니다.
'미리내'는 순우리말로 '은하수'를 의미하며, 신유박해(1801년)와 기해박해(1839년) 시기에 천주교 신자들이 이곳에 모여 살며 밤에 피운 호롱불빛이 은하수처럼 보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성지 내에는 김대건 신부의 묘소와 그의 어머니 고 우르술라의 묘소, 김대건 신부에게 사제품을 준 페레올 주교의 묘소, 그리고 김대건 신부의 시신을 이곳에 안장한 이민식 빈첸시오의 묘소가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미리내성지는 1972년부터 성역화 작업이 시작되어 1989년에 103위 성인 기념 대성전이 완성되었습니다. 성지 내에는 기념 성당, 성모당, 게쎄마니 동산 등이 있으며, 십자가의 길을 따라 예수님의 수난 과정을 묵상할 수 있는 청동 조각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미리내성지는 천주교 신자들의 순례지로서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역사적 의미로 인해 많은 이들이 방문하는 곳입니다.
도착 / 주차 / 입구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50분 정도입니다. 주차장은 매우 넓었지만 방문객이 많아서 차량 또한 매우 많습니다. 안내원이 계셔서 주차는 쉽게 하였지만, 거의 끝단에 주차한 걸 보니 조금만 늦었으면 꽤나 고생했을 것 같습니다. 10시 반 이전에 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잘 모르고 왔지만 설명만 보아도 대번에 어떤 곳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김대건 신부님과 관련된 성소였군요. 역사책으로 보았던 인물을 여기서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는 한국 최초의 천주교 사제이자 순교자로, 한국 가톨릭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입니다. 1821년 충청도 솔뫼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부터 신앙심이 깊어 1836년 조선 천주교회가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의 선교사들과 연결되며 신학생으로 선발되었습니다. 그 후 마카오로 파견되어 신학 공부를 했으며, 이후 필리핀 마닐라와 상하이를 거쳐 중국 상하이에서 사제 서품을 받았습니다.
김대건 신부는 조선 천주교회의 성장을 위해 노력했으나, 당시 조선은 천주교를 박해하는 시기였습니다. 1846년 체포되어 혹독한 고문을 당한 후 25세의 나이로 순교하였으며, 그의 죽음 이후에도 천주교에 대한 박해는 계속되었지만, 그는 조선 천주교회 신자들에게 큰 희망과 영감을 주었습니다.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인으로 시성되었으며, 한국 천주교의 중요한 순례지인 미리내 성지와 솔뫼 성지 등에 김대건 신부의 기념물과 묘소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의 삶과 헌신은 한국 천주교의 기틀을 마련한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미리내 성소 내에서는 음식 반입 / 애완견 / 자동차 및 오토바이 / 자전거 / 흡연 / 공놀이 / 애정행각 / 임산물 채취 / 드론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음식반입이 금지되어 있었기에 저희도 피크닉 준비는 안 했고 간단한 산보 느낌으로 방문했답니다. 식사는 성소 방문 후 근처 식당에서 먹었습니다. 여기 근처에 맛집이 많더군요. 점심 식사 했던 식당 후기는 따로 쓰려고 합니다.
입구엔 두 개의 석상이 있습니다. 예수상과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상으로 보이네요.
예수상에는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는 사람은 다 나에게로 오너라
내가 편히 쉬게 하리라"라는 문구가 적혀있습니다.
이 문구는 성경의 마태복음 11장 28절의 말씀으로, 예수님께서 고단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안식을 주시겠다는 의미의 말씀입니다.
다른 동상에는 [순례자의 기도]가 새겨져 있습니다.
순례자의 기도
만물의 창조주이시며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세상을 구원하신 하느님 아버지, 찬미 받으소서.
순례의 길을 시작하면서 주님께 의탁하오니
성자 예수 그리스도의 발자취를 따르는 저희를 인도하소서.
성경과 전례 안에서, 교회의 가르침 안에서 만났던 예수님을
이제 성지에서 새롭게 뵙고자 하오니
저희로 하여금 믿음과 사랑을 다하여
주님의 구원 의지와 그리스도의 사랑을 깊이 느끼게 해 주소서.
좋으신 아버지,
저희를 성령으로 충만케 하시어
이 순례 동안에 항상 주님의 현존 안에 머물게 하시고
서로 사랑하게 하시며
앞으로의 모든 날이 이 순례의 은혜로 인도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말씀의 진리 안에서 사는 삶이 되게 하소서.
또한 저희가 순례의 길을 걷는 동안
저희 가족들과 육신의 건강을 지켜 주시고
저희의 길을 안내할 모든 이들도 은총으로 보호하여 주소서. 아멘.
성소 방문 / 산책
미리내 성지는 산기슭에 위치해서 약간의 오르막 형태로 되어있습니다. 가을 정취를 사진에 담아보았습니다.
가시다 보면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데요, 왼쪽에 "성 김대건 안드레이 신부 기념성당 및 묘소" 쪽이 사람들이 주로 가는 경로입니다. 우리도 그쪽으로 갔어요.
곳곳에 성경 내용을 담은 구조물이 있어서 사람들이 성서의 내용을 직접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제가 찍은 모습은 구유 속의 아기예수와... 그를 보며 기도하는 어른 예수네요?! 어린 시절 자신을 보며 기도하는 어른이라.. 예수님 정도면 타임슬립은 쉽게 가능하시죠. 인X스텔라마냥 책장너머로 겨우겨우 보실 필요 없으십니다.
가을 풍경이 이리 아름답습니다. 어릴 땐 무심코 넘겼던 모습들인데 머리 굳고 보니 참 좋네요. 길을 오르다 보면 성지 안내 지도가 나옵니다.
왼편은 십자가의 길, 오른편은 한국 천주교 103위 시성 기념 대성전입니다. 오른편 대성전으로 가시면 편하게 평지로 걸어가실 수 있습니다. 저희는 어디로 갔냐고요? 당연히 왼쪽 십자가의 길이죠. 고행은 사서 해야 제 맛이니까요.
- 십자가의 길
십자가의 길은 오르막길이 이어지며 오르는 왼편에 예수님이 십자가를 이고 고행하시는 모습을 담은 14개의 동상이 순서에 따라 배치되어 있습니다. 대성전 뒤편 길로 이어지며, 기념성당까지 가면 끝납니다.
마지막 동상의 모습.
성지순례 도장도 찍을 수 있게 해 두었네요. 사람이 없을 때 찍으려 했는데 원체 인기가 많아서 사람 있는 채로 찍었습니다.
아래로 잔디광장이 보이네요. 매우 관리가 잘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기념 성당 및 묘소
한숨 돌리고 나니 기념 성당이 보입니다. 단체 일행들 분들께서 계단에서 쉴 새 없이 기념사진을 찍으십니다. 기념사진을 찍는 곳이라 기념 성당인가 봅니다. (아닙니다.) 저희도 한 번 들어가 보았습니다.
기념 성당은 단아하고, 깔끔하며, 성스러웠습니다. 천장을 보며 연신 신기해하는 아들의 모습도 담았습니다.
기념 성당 앞에는 성 김대건 신부의 묘소와 그의 어머니 고 우르술라의 묘소, 김대건 신부에게 사제품을 준 페레올 주교의 묘소, 그리고 김대건 신부의 시신을 이곳에 안장한 이민식 빈첸시오의 묘소가 나란히 안치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조용히 둘러본 후 성인(聖人)들의 안식을 더 이상 방해하지 않기 위해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길
기념 성당 옆으로는 트래킹/등산 코스가 있습니다. 청년 김대건 길이라 하여, 성소끼리 연결되는 코스인 것 같은데. 갔다가 돌아올 자신이 없네요.
고양이는 항상 귀엽습니다. 아들이 야옹이 하면서 만지고 싶어 하지만, 쉽사리 거리를 내어주지 않습니다.
103위 기념 성당 등이 보입니다. 예배자/순례자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하여 화장실만 이용하고 안에 들어가진 않았습니다.
다시 한번 느껴보는 가을정취입니다.
주차장 가는 길 서편에 작은 다리가 있는데 그쪽에 천주교 성물점으로 보이는 건물이 있습니다. 그 쪽에 아기 고양이들이 서너 마리 있더군요. 아들에게 먼저 다가오기도 하고 쓰다듬어도 도망가지 않습니다. 아들은 잔디광장에서 고양이 못 만진 한을 여기서 다 푸네요. 점심은 차 타고 좀 가서 중국집에서 먹었습니다. 맛집이었어서 다음 후기로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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