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저희 부모님은 지리산 구석 어디쯤에서 농사를 살짝 지으십니다. "살짝"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꽤 여러 작물을 재배하시는데요, 이 번엔 땅콩을 보내주셨습니다. 수확한 땅콩을 직접 날 것으로 받아본 것은 처음이라 아무 생각 없이 주말 동안 스티로폼 택배상자를 뚜껑만 열어둔 채로 보관하였습니다. 그리고 월요일이 되어서야 어머니에게 연락을 드렸고, 보관 방법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 땅콩의 보관 방법
- 서늘한 곳에 신문지 등을 펼치고 껍질 째 깔아서 곰팡이가 슬지 않도록 합니다.
- 껍질을 다 깐 후 펼쳐서 알맹이를 말린 후 냉동보관 합니다.
저는 그 무엇도 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이런 불효막심한 놈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셨습니다.
- 만약 껍질에 곰팡이가 슬었으면, 안까지는 침투 안 했을 테니 껍질을 다 까서 보관하면 된다.
퇴근 후 집에 오자마자 땅콩 무더기를 헤집어 보았고, 저는 흰색 곰팡이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 정도 곰팡이면 보낼 때부터 곰팡이가 좀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것 또한 오자마자 안 열어본 저의 잘 못 아니겠습니까. 이 번에는 (곰팡이를 곁들인) 땅콩 손질한 과정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땅콩 조리법 몇 가지를 소개해드리고 땅콩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정보, 영양소 등)을 안내해 드릴까 합니다.
땅콩 손질
제가 받은 땅콩입니다. 이 상태로 주말 내내 놔뒀었고, 이제 제 게으름과 무지함을 정산할 시간입니다.
일단 신문지를 펼친 후 땅콩을 펼쳐보았습니다. 사진은 이미 작업 시작하고 찍은 사진이네요. 이때 저는 이미 곰팡이를 마주한 뒤 마구마구 땅콩을 까고 있었습니다. 땅콩은 감자/고구마와 마찬가지로 흙 속에서 나므로 딴 직후의 땅콩은 흙먼지가 묻어있습니다. 따라서 거실, 방에서 작업하면 집 안에서 퀴퀴한 먼지향을 뒤집어쓸 수 있으므로 실외나 옥상, 베란다 혹은 현관 등에서 작업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보통 마트에서 땅콩을 살 땐 껍질째로 세척한 경우가 많으므로 땅콩이 땅에서 나는지 미처 모르셨던 분들도 계시더군요. 생땅콩도 껍질을 손으로 힘을 주면 "탁"하며 갈라져서 쉽게 알맹이를 빼낼 수 있습니다. 알맹이는 따로 담아 줍니다.
마트에서 산 게 아니라 직접 키운 것을 받아서 손질하다 보니 알찬 것도 있지만 쭉정이 같이 마른 땅콩도 보입니다.
잘 자란 땅콩을 깠을 때 모습입니다. 겉도 깨끗하고 속도 알찼습니다. 당장 볶아서 맥주 한 잔에 입에 털어 넣고 싶네요.
겉에 곰팡이가 슨 모습입니다. 무언가 걱정이 되지만 손으로 누르면 파삭하고 속을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 곰팡이 때문인지 제대로 못 자라서 쭉정이 같은 내용물인 경우가 다수지만 그것도 먹을 수 있는 땅콩이고, 가끔 멀쩡한 놈도 나올 수 있으니 다 까봅시다. 손은 나중에 꼭 씻어줘야 해요.
손질 중에 이렇게 속까지 상해버린 녀석도 있습니다. 이건 못 먹죠. 껍질과 함께 버려줍시다. 바이바이~.
진행 중 찍은 사진입니다. 이후에 더 작업해서 상당량을 깠고, 나머지는 삶아 먹으려고 껍질째 말렸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장모님이 보시곤 다른 것도 곰팡이가 있다고 다 까주셨습니다. 역시 곰팡이 생기기 전에 잘해야 했나 봅니다.
땅콩 요리
간단한 땅콩요리를 몇 가지 안내해 드릴까 합니다. 주로 많이 먹는 볶기와 삶기는 글로만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에어프라이어로 간단하게 볶는 방법과 어머니에게서 받은 땅콩반찬(땅콩간장조림) 레시피도 직접 해보고 후기를 작성하였습니다.
1. 볶기 (프라이팬)
※ 준비물 : 땅콩
1) 약불에 프라이팬을 올리고 잠시 달궈줍니다.
2) 겉껍질을 깐 땅콩을 프라이팬에 올립니다.
3) 20분 정도 이리저리 굴려가며 약불에 익혀줍니다.
4) 식힙니다.
2. 삶기
※ 준비물 : 땅콩(안 깐 거) / 소금
1) 땅콩을 겉껍질을 손질 안 한 채로 잘 씻어줍니다.
2) 냄비에 땅콩을 넣고 물을 넣어줍니다. 땅콩이 잠길 정도로 넣어주세요. 소금을 반 숟가락 넣어줍니다.
3) 강불로 불을 올립니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중불로 낮추고 20분 더 끓여줍니다.
4) 20분이 지나면 불을 끄고 5~10분 가만히 둡니다.
(뜸 들이기)
5) 땅콩을 체에 건져서 물기를 빼주며 식힙니다.
3. 에어프라이어
※ 준비물 : 땅콩 / 종이포일
1) 종이포일을 깔고 땅콩 깔기
에어프라이어에 종이포일을 깔고 땅콩을 깔아줍니다. 180도로 세팅하고 10~15분을 돌립니다. 저는 10분 했는데 좀 더 돌려도 괜찮았을 거 같아요. 5분쯤에서 한 번 뒤집을 거예요.
2) 5분쯤 돌리다가 한 번 뒤집어준다.
하나하나 뒤집을 필요는 없습니다. 적당히 에어프라이어 손잡이나 종이포일 끝자락을 잡고 휙휙 섞어줍니다.
3) 완성 (식혀야 합니다.)
조리가 끝났으면 종이포일 끝을 잡고 빼봅시다. 그리고 하나 먹으려고 하면, 뜨겁기만 하고 껍질이 잘 안 까집니다. 순간 내가 땅콩을 너무 날로 먹으려 했나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하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땅콩에서 식으면서 톡-톡- 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알맹이와 껍질이 식으면서 서로 분리되는 소리입니다. 땅콩이 식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껍질을 까면 우리가 평소에 먹듯이 잘 까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에어프라이어/오븐이 없을 경우
- 전자레인지에 5~7분 돌려주세요.
4. 땅콩간장조림
저는 에어프라이어로 휘리릭 구운 땅콩을 요리랍시고 가족단톡방에 인증하였고, 이를 본 엄마는 (땅콩 보내놨더니 곰팡이 피워버리고 그걸 까서 에어프라이어로 돌려먹고 있는) 아들에게 한 가지 반찬 레시피를 알려주셨습니다. 만들고 보니 땅콩간장조림이었네요.
0) 엄마의 레시피를 봅니다.
사실 이 것만 보시면서 만드셔도 됩니다. 제가 그리 하였으니까요. 저의 직접 해 본 후기를 한 번 보시면서 미흡한 점을 보완하여 더 맛있게 만드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습니다.
※ 준비물
- 땅콩 / 물 / 식초 / 간장 / 꿀 / 참기름 / 깨소금
1) 땅콩을 깨끗하게 씻습니다.
땅콩을 깨끗하게 흐르는 물에 씻어줍니다. 그 과정에서 땅콩 껍데기 같은 불순물(사진 오른쪽 하단에 보이시죠?)도 제거해 줍니다. 땅콩 대부분은 물에 둥둥 뜨는데 가라앉는 것도 좀 있네요, 상관없이 잘 씻어줍니다.
2) 물을 넉넉하게 넣고 식초를 조금 넣어서 푹 삶는다.
저는 프라이팬에서 요리했지만 다른 조리기구가 편하실 것 같으면 편하실 걸로 하셔도 좋습니다. 물은 땅콩이 살짝 잠길 만한 정도로 하였고 식초는 한 숟가락 정도 넣었습니다. 삶는 것이니 불은 센 불로 하였습니다.
3) 익으면 남은 물을 버립니다.
저는 10분 정도 익혔습니다. 하나 빼먹어보니 살짝 아삭한 느낌이 나길래 '어차피 졸일 테니깐.' 생각으로 그만 삶고 물을 버렸습니다. 프라이팬으로 물 버리려 하니 조금 힘들었습니다. 사실 편수냄비로 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네요.
4) 물을 조금 넣고 간장을 2~3스푼 추가하여 끓인다.
물을 조금 넣고 중불로 끓이며 간장을 넣습니다. 저는 물을 땅콩이 반 정도 잠기게 넣었습니다. 조금 더 적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네요. 간장은 2~3숟가락을 넣었습니다. 저는 두 숟가락 넣었다가. 이후 졸이면서 반숟가락 더 넣었습니다. 생각보다 조금 넣었다가 후에 간을 보면서 부적하면 조금 더 넣는 방법이 간 맞추기 쉽습니다.
4) 끓으면 약불로 낮추고, 꿀을 2~3숟가락 넣는다.
물이 끓으면 불을 약불로 줄이고, 꿀을 두세 숟가락 넣습니다. 저는 단 것을 좋아하므로 3 숟가락 넣었습니다. 약불로 졸이면 되는데 저는 물이 많아 한참 걸렸습니다. 결국 도중에 중 약불로 올려 좀 빨리 졸였습니다. 중간에 한 두 개씩 먹어서 간을 봅니다. 조금 싱거우면 간장을 조금 넣습니다. 물이 많이 줄어서 프라이팬 바닥이 자작해지면 불을 끕니다.
5) 불을 끄고 참기름 조금, 깨소금 조금 뿌린다.
불을 끄고 참기름, 깨소금을 뿌려줍니다. 참기름은 반숟갈~1 숟갈 정도 넣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깨소금이 없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깨를 뿌리고 소금을 조금 쳤습니다.. 그래도 맛있었습니다.
휘리릭 섞어 줍니다. 그리고 식혀줍니다.
완성되었습니다! 적절한 용기에 담아서 냉장보관하며 반찬으로 먹읍시다.
5. 땅콩밥
땅콩을 손질하다 보면 쭉정이 같은 알맹이들이 있습니다. 이런 건 굽거나 볶아도 껍질이 안 떨어지고, 버리자니 아깝습니다. 밥을 지을 때 씻어서 살짝 넣어줍시다. 땅콩밥으로 지으면 딱딱하지도 않고 맛있습니다.
땅콩 기본정보/영양소
1) 기본정보
- 땅콩은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재배되며 중국/인도/나이지리아가 생산&소비 모두 1,2,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남아메리카 기원으로 알려져있습니다.
- 한국은 조선 시대 후기에서야 재배에 성공하여 퍼트렸다고 합니다.
- 다른 콩과 작물과는 다르게 꽃이 수정되고 나면 줄기가 땅속으로 파고들어 갑니다. 그래서 땅콩은 땅에서 캡니다. 그렇기에 땅콩은 고구마처럼 뿌리에서 나는 작물이 아닙니다.
- 사실 땅콩은 견과류가 아니지만, 견과류와 유사한 맛과 영양성분을 가지고 있어 주로 견과류와 비슷한 방식으로 취급되며 소비됩니다.
- 땅콩은 다른 콩과 식물과 마찬가지로 질소 고정 능력이 있어 토양을 풍부하게 합니다. 이는 농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 땅콩은 알레르기로 유명하여, 땅콩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경우 증상은 피부 발진부터 아나필락시스까지 다양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섭취를 권할 때는 알레르기 여부를 확인하여야 합니다.
2) 영양소
- 땅콩은 100 그램 당 49~51그램의 지방 / 25~26그램의 단백질 / 16~18그램의 탄수화물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땅콩의 지방(유지) 성분은 50% 정도로 다른 콩과 작물(약 40%) 대비 높습니다. 단일/다중 불포화지방산(오메가-6)을 주로 함유하고 있어 적당량 먹으면 건강에 좋습니다.
- 땅콩의 탄수화물은 단당류와 식이섬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탄수화물 함량 중 절반이 식이섬유여서 (땅콩 100그램당 식이섬유 8.5g) 소화에 좋습니다.
- 비타민E / 비타민B6 / 엽산 / 나이아신 / 티아민 / 마그네슘 / 인 / 칼륨 / 아연 / 철 / 구리 같은 비타민과 미네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 땅콩은 지질이 많아 과하게 먹을 경우 체중 관리에 좋지 않습니다. 또한 배탈이 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적당량 먹으면 건강에 좋고, 식사 전에 살짝 먹으면 지방과 단백질이 포만감을 주어 식사 때 칼로리 섭취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끝
오늘은 집에서 땅콩을 받은 김에 땅콩 손질부터 요리, 영양정보까지 여러 항목을 알아보았습니다. 다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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