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정취를 따라 떠난 구례 여행
광양에서의 즐거운 하룻밤을 뒤로하고 가을 풍경이 완연한 구례로 향했습니다. 이번 구례 여행의 주 목적지는 두 곳이었는데, 그 첫 번째인 지리산 역사문화관 방문기를 남깁니다. 10월의 구례는 차창 밖 풍경만으로도 가을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관람 정보 : 주차 및 입장료
도착하자마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주차장이었습니다.
- 주차: 공간이 아주 넓고 쾌적해서 초보 운전자도 스트레스 없이 편하게 주차할 수 있었습니다.
- 입장료: 성인 2,000원 / 어린이 1,000원으로 시설 규모에 비해 매우 저렴하여 부담 없이 들르기 좋습니다.
- 시설 구성: 크게 1관(강따라), 2관(산따라), 3관(길따라) 세 개의 전시관과 야외 정원 및 마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관 '강따라' : 추억과 예술, 체험이 있는 곳
야외 체험 마당
1관 건물로 들어가기 전 복도에는 아이들의 흥미를 끄는 놀이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커다란 우리나라 지도 퍼즐 맞추기부터 투호 놀이, 윷놀이 등 전통 놀이 도구들이 비치되어 있어 입장 전부터 아이들이 자유롭게 만지고 놀 수 있었습니다.

기획 전시 : 지현 이강희 한국화 초대전
방문 당시 운 좋게 '지현 이강희' 선생님의 초대전(10월 12일까지)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작품들이 꽤 인상적이었는데, 전통적인 한국화 기법에 현대 문명을 재치 있게 접목한 스타일이었습니다. 갓을 쓴 선비들이 짚차(코란도)를 타고 가거나 기관총을 든 모습 등 특색 있는 화풍이 기억에 남습니다.

생활 유물 체험
전시관 한쪽에는 조상들의 손때 묻은 물건을 만져보는 체험 공간이 있습니다. 아이는 빨래판과 방망이, 절구를 직접 찧어보며 신기해했습니다. 특히 옛날에 이불에 오줌을 싸면 쓰고 다니던 '키'가 있어서, 아이 머리에 씌워보며 웃음꽃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하이라이트 : 추억의 옛날 교실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옛 국민학교 시절을 완벽하게 재현한 교실 공간입니다. 나무 책걸상, 풍금, 낡은 교과서가 전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검정 옛날 교복과 모자가 사이즈별로 비치되어 있어 직접 입어볼 수 있습니다. 저희 가족도 다 같이 교복을 입고 칠판 앞에서 재미있는 가족사진을 남겼습니다.


2관 '산따라' : 민족의 영산 지리산의 기록
2관은 지리산이 우리 민족에게 어떤 의미인지, 그 희로애락을 담아낸 거대한 역사관입니다.

역사와 불교문화
벽면 가득한 연표를 통해 조선시대부터 근현대까지 지리산의 굵직한 사건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불교문화의 요람'이라는 주제로 화엄사, 쌍계사 등 천년 고찰의 이야기와 탑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어 지리산의 깊은 불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픈 역사의 기록, 여순사건
관람 동선 중에는 우리 현대사의 비극인 여순사건을 다룬 공간도 나옵니다. 희생자 인터뷰 영상과 당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어 분위기가 숙연해졌습니다. 찬찬히 둘러보고 싶었지만 5살 아이가 받아들이기엔 무겁고 어려운 내용이라 간단히 설명만 하고 빠르게 이동했습니다.

차(Tea) 향기 가득한 쉼터와 VR(수리중)
전시관 마지막에는 구례의 야생차 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디지털 터치 테이블로 다기의 명칭을 배우고 다도상 앞에서 차를 우려내는 시늉도 하며 쉬어갔습니다. 바로 옆에 지리산 비경을 볼 수 있는 VR 체험 코너가 있었으나, 아쉽게도 방문 당시에는 고장으로 수리 중이었습니다.


3관 '길따라' : 우국지사의 정신과 어린이 체험실

매천 황현실
3관 초입에서는 구례를 대표하는 우국지사 매천 황현 선생을 만났습니다. 경술국치에 항거하며 "나라가 망했는데 죽는 사람이 없다면 통탄할 일"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결하신 분입니다. 이곳에는 선생님이 남기신 <매천야록>, <오하기문> 등 생생한 역사 기록물들이 전시되어 있어 옷깃을 여미고 숭고한 정신을 기렸습니다.

휴식 공간 : 카페
무거운 역사의 현장을 지나면 아늑한 카페가 나옵니다. 본격적인 놀이 전 부모님들이 쉴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곳으로, 가격도 아메리카노 기준 Hot 2,800원 / Ice 3,300원 수준이라 관광지치고 꽤 합리적이었습니다.

어린이 체험실 : 시설은 완벽했으나...
카페를 지나면 대형 볼풀장과 블록 쌓기 공간이 있는 어린이 체험실이 나옵니다. 시설 자체는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게 잘 갖춰져 있었고, 래프팅이나 패러글라이딩 트릭아트 포토존도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벽면 미디어 터치 체험은 인식이 안 되어 아쉬웠습니다.) 문제는 관람 에티켓이었습니다. 공공장소임에도 소리 지르며 위험하게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많았고, 이를 제지하지 않는 부모님들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졌습니다. 도떼기시장 같은 소란스러움과 부딪힘 사고가 우려되어 결국 예정보다 일찍 밖으로 나왔습니다.


야외 놀이터 및 산책로
실내의 소란함을 피해 나온 야외는 평화로웠습니다.
- 산책로: 물놀이형 수경시설(가을이라 미운영) 옆으로 긴 장미 터널이 이어집니다. 꽃은 졌지만 초록 잎 터널을 걷는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 놀이터: 아담한 일반 미끄럼틀에서 아이와 남은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사실 뒤편 언덕에 있는 웅장한 거대 미끄럼틀을 기대했는데 '출입 금지' 푯말이 붙어 있어 이용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 체육 시설: 배드민턴장과 본격적인 인공 암벽장도 있었으나, 암벽장은 관리 책임자 승인 후 이용 가능하다는 안내가 있어 눈으로만 구경했습니다.



관람 총평
구례 지리산 역사문화관은 저렴한 입장료(성인 2천 원)에 비해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매우 풍성한 곳이었습니다. 실내에서는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야외에서는 자연을 즐길 수 있어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잡은 여행지였습니다. 비록 실내 체험실의 소음 관리나 일부 시설(VR, 거대 미끄럼틀 등)의 미운영은 아쉬웠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역사문화관 관람 후 근처에서 발견한,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던 점심 식사 후기로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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