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중 어느 날 우리 가족은 황산공원에서 아기와 놀려고 하였습니다. 공원에서 캠핑장 너머로 가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있거든요. 하지만, 날씨가 허락하지 않았죠. 30도에 이르는 무더위로 미끄럼틀을 아주 지져버렸습니다. 황산공원 놀이터의 미끄럼틀은 금속재질이라 황산공원은 점차 업화(業火) 공원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오자마자 다시 집으로 들어가긴 싫었습니다. 언뜻 이 전에 지나가다 본 산속의 정자가 생각났고, 검색해 보니 '임경대'라고 하더라고요. 시원하게 정자 지어놓으신 조상님 덕 좀 보러 방문한 임경대 방문 후기입니다.
임경대 위치/주차
위치/주소
위치 : 경남 양산시 원동면 원동로 285
임경대는 양산 물금에서 북서쪽, 오봉산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버스정류장이 있지만 처참한 배차간격을 보여주기에 추천하지 않구요. 자차로 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주차는 20~30대 정도 가능해 보이며 무리하면 더 많이 댈 수 있을듯합니다. 사람이 너무 몰릴 때만 피하시면 주차는 수월하게 가능하십니다.
제가 찍은 주차장 모습은 추석 연휴 첫날 점심 쯤 방문하여 촬영한 것입니다. 주차장 한쪽에 보이시는 건물은 화장실입니다.
입구/정자로 가는 길
임경대 안내
주차장에서 임경대로 향하는 입구에는 유적지 안내문이 있습니다. 그 내용을 공유해드립니다.
- 임경대 유적지 안내
임경대는 경상남도 양산시 원동면 화제리에 있는 통일신라시대의 정자이다. 일명 고운대, 최공대라고 하는데, 황산강(현 낙동강의 옛 이름) 서쪽 절벽 위에 있다. 벽에는 최치원의 시가 새겨져 있었으나 오래되어 조감하기 어렵고,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시만 전할 뿐이다.
최치원은 신라시대의 학자이며 경주 최 씨의 시조이다. 868년에 12세로 당나라에 유학을 떠나, 874년 당의 빈공과에 급제하여 선주율수현위라는 벼슬을 받았다. 879년 황소의 난 때에는 반란자를 치기 위해 선동하는 글인 토황소격문을 지어 문장가로서 이름을 떨쳤다. 당대 명필가로 글씨를 잘 썼으며 신라 최대의 문장가로 이름을 날렸다.
※ 최치원이 임경대를 노래한 시
烟巒簇簇水溶溶(연만족족수용용)
안개 낀 봉우리 빽빽하고 물은 넓고 넓은데
鏡裏人家對碧峯(경리인가대벽봉)
물속에 비친 인가 푸른 봉우리에 마주 섰네
何處孤帆飽風去(하처고범포풍거)
어느 곳 외로운 돛대 바람 싣고 가노니
瞥然飛鳥杳無?(별연비조묘무종)
아득히 나는 저 새 날아간 자취 없네.
정자로 가는 길
주차장을 지나면 진입로가 보입니다. 잘 꾸며진 길을 산뜻하게 걸어가 봅니다.
길은 계단으로 가시는 것이 빠릅니다. 하지만 신체가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슬로프 구간도 마련되어 지형에 비해 접근성이 좋답니다! 다만 경사 있는 구간을 슬로프로 만들었기 때문에 계단에 비해 이동거리가 길며, 경사가 있으므로 통행에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아이와 와이프를 앞서 보내고 뒤에서 배경과 함께 찍어봅니다. 아까 도시에서 느꼈던 무더위는 어느새 가시고 자연 속의 선선함이 머릿속을 맑게 만들어줍니다. 엄마 손을 잡은 아이는 쫄래쫄래 걷다가도, 뒤따라 오는 아빠가 걱정되는지 한 번씩 뒤돌아 봅니다.
얼핏 봐도 슬로프를 이용 시 동선이 많이 길어지기에 계단을 이용하였습니다.
사실 주차장에서 임경대 정자로 가는 방법은 하나 더 있습니다. 시가 새겨진 비석들이 있는 작은 공원을 거쳐서 오는 방법입니다. 저희는 돌아오는 길에 공원을 들려 자세히 보기로 하고 보행자 통로로 빠르게 지나쳐 왔습니다.
마지막의 경사구간에서 꽤 많은 계단을 내려오면 임경대를 볼 수 있습니다. 임경대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서 편히 쉴 수 있습니다. 먼저 온 사람들이 경치를 보며 쉬고 있네요.
임경대 정자
임경대 정자는 신발을 벗고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까 황산공원에서 많이 더웠었는지 아들이 물을 찾네요. 정자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서늘한 바닥이 몸을 자연스레 눕게 만듭니다.
창 밖으로는 낙동강이 한눈에 보입니다. 한 번씩 기차소리가 들려서 밖을 쳐다보면 삼랑진 가는 방향으로 기차가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들이 밖으로 보면서 기차를 발견하면 연신 칙칙폭폭 얘기하네요. 그 앞에는 데크로 전망을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아서 더 가까이서 전경을 볼 수 있답니다.
데크 오른쪽으로도 길이 있는데 경로만 다르지 도착지는 저희가 내려온 길과 마찬가지로 보입니다.
임경대 유적지에 대한 길 안내 표지판입니다. 임경대에서 용화사에 이르는 구간을 알려주는 모습이네요. 용화사까지는 거리가 많이 멀진 않지만 차를 주차하고 왔기에 돌아올 길까지 생각하면 또 짧은 거리는 아닙니다. 저희는 정자까지만 머무르고 돌아갑니다.
아까 안내문에 보았던 용화사 가는 길이네요. 정자에서 아래로 내려오면 왼편에 샛길로 꾸며져 있습니다.
임경대 공원(?)
돌아올 때엔 데크길이 아닌 길 사이의 공원으로 걸어왔습니다. 참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 한 두 개를 주워서 아이 손에 쥐어주니 좋아라 합니다. 자연이 잠시 빌려준 장난감입니다. 공원은 크게 두 곳의 공터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공터마다 시조와 옛 시들이 새겨진 비석들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임경대에 관련된 시들이더라고요. 각 시에 대한 정보도 조사하여 같이 공유드립니다.
시조 / 옛 시 모음
과임경대(過臨鏡臺) - 이만도
임경대 앞에 물 거울을 열어놓고
몽몽한 보슬비가 나그네 마음 재촉하네
최고운 신선 떠나가고 소식 없으나
그래도 고깃배는 달을 싣고 오누나
임경대차고운운(臨鏡臺次孤雲韻) - 권만
높은 대 한편으로 강물이 넘실넘실
강 서편 뒤쪽 산봉우리 마주 앉으니.
지나가는 새 돌아가는 배는 어디로 갔나
고운의 푸른 바다 아득히 자취가 없네.
임경대 양산지 최치원소유처(臨鏡臺 梁山地 崔致所遊處) - 정사룡
유선이 물에 지나간 흔적 억지로 찾았더니
아득한 생학은 이미 높이 날아갔네
바람 안은 돛단배 가고 공연히 시만 남았으니
뉘 알리 늙은 노인 옛 시를 번안한 것을
등임경대 용전운 최고운소유처(登臨鏡臺 用前韻 崔孤雲所遊處) - 허적
높은 대에 올라 강물을 바라보니
몸은 한 척 배처럼 가볍네
절벽은 가을 구름을 감싸 합치고
봉우리는 떠오르는 해가 밝은데
진인의 구역은 오직 풀에 덮이고
신선의 구경은 이미 기러기 간 흔적이로다
옛 서적 훑어보며 저무는 해에 상심하여
홀로 서글픈 심정 노래 하노라
임경대(臨鏡臺) - 이만도
경치 좋은 신선구역 임경대가 가장 좋아
은은하게 외로운 배 안개기는 저물고
푸른 등나무 오랜 탑에 구름은 천고요
세속의 마음 안고 잔도를 지나지 말라
거울 같은 물결 따라 가는 마음 맴도니
너우너울 흰 기러기 갈대꽃이 피었네
짙은 풀 거친 언덕에 한 잔 술이로다
곱고 미운 모습을 낱낱이 비추내나니
임경대(臨鏡臺) - 김극기
맑은 강 거울 씻어 푸른 빛 늠실늠실
강에 임한 외딴 마을 산 봉우리 등졌네
고기잡이 한 노래에 배 한 잎
푸른 버들 깊은 곳엔 사람 자취가 드물구나
황산강임경대(黃山江臨鏡臺) - 최치원
뾰족뾰족 안개 낀 산봉우리, 질펀히 흐르는 물
거울 속 인가에서 푸른 산봉우리를 마주 보노라
어느 곳 온 돛단배 바람에 배불러 떠나가는데
순식간에 나는 새들이 아득히 눈앞에서 사라진다
장발우제(將發又題) - 남경의
산 그림자 강에 빠져 푸른 봉우리 거꾸러지고
층층대 아래로 뵈는 강물은 늠실늠실
바람 높은 포구에는 늦가을의 피리소리
달 지는 선방에는 한 밤중에 종소리
동구에 이끼 덮였으나 중 다니는 길이 있고
바위 머리 솔은 늙었으나 학은 자취 없네
고운의 옛 집은 신선사는 곳과 같아
자던 객 돌아감을 잊고 짧은 지팡이 멈추노라
'여행,출장기 > 당일치기·장소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왕, [해우재 문화공원/박물관/문화센터] with 28개월 아이 (0) | 2024.06.27 |
---|---|
오산 [독산성 & 세마대지], 그리고 경양식 [아리아 레스토랑] (0) | 2024.06.25 |
이천 여행지, [별빛정원 우주(ooozooo)] (0) | 2024.04.13 |
28개월 아이와 함께, [K-water 충주댐 물문화관(숲놀이터)] (5) | 2024.03.20 |
동탄 메디피움 건강검진 (0) | 2023.07.24 |